[신촌 아크앤북] 커피와 책이 있는 서점 : 신촌 갈만한 곳, 데이트

 

어제의 신촌은 오늘은 없다.
내일에 오늘의 신촌은 있을까?
여전히 확신은 없다.

 

매일 쏜살같은 속도로 만나과 헤어짐, 이별을 반복하는 신촌은 오늘도 낯서니만치 분주하다. 빨리 닫히지 않는 엘리베이터 문에 닫힘 버튼을 부서져라 누르기도 하고. 끝을 향해 점멸하는 신호등 불빛에- 불꽃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처럼 홀린 듯 내달린다.

 

숨 가쁜이 동네에 가장 필요한 것은 온전히 멈춰있고, 멈춰있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일지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책방은 좋은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아크앤북?

을지로에 본점을 둔 ‘아크앤북(ARCNBOOK)’은 작년 말 신촌에 새로운 둥지를 텄다. 아크앤북이라는 이름에는 ‘아치(arch)’ 형태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듯 아크앤북이 책과 사람과 공간을 이어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축과 관련 깊은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아크앤북은 공간에 대해 진지하고 적극적이다.

책을 e-book으로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온라인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변화 속에서 오프라인 서점은 공간 자체로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중요해졌다. 그 결과 전통적인 서점의 형태를 벗어난 ‘복합 문화공간’의 모습으로 아크앤북을 비롯한 서점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붐비는 연세로를 지나 유플렉스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들어와 12층을 누르고 닫히는 문 너머의 어딘가를 응시한다. 누군가 가르쳐주기라도 한 듯이 자연스레 가장자리 코너 자리로 몸을 뉘 운다. 혼자 탄 엘리베이터가 유독 편하게 느껴지는 시간. 멍하니 창밖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귀가 조금 멍해지는 느낌이 12층에 도착했음을 먼저 알린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코너를 돌아서면 좌측으로는 벽을 가득 메운 책장과 이달의 책들이. 우측으로는 캐셔와 지갑에 위험한 소소한 문구류들이 자리하고 있다. 높은 층수 때문인지 혹은 따듯한 원목 책장과 스며드는 햇살 때문인지 복작복작한 도심에서 멀리 떠나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노란 북 카트와 책으로 가득한 서점 공간
ASMR SOUPE ZONE

본격적으로 왼쪽의 큰 문으로 들어가면 아크앤북의 ‘북(BOOK)’. 서점을 만날 수 있다. 벽면을 따라 가득 채운 책, 의문의 육중한 목조 구조체, 노란색 귀여운 북 카트, 의외의 무대 공간 등. 의외성이 짙은 모습에 여러 번 놀라느라 눈과 귀가 바쁘다. 서점 공간 전체는 경계 없이 한 덩어리로 구성되어 자칫 소음에 취약할 수 있는데, ‘ASMR SOUPE ZONE’을 통해 온전한 독서를 선사하려고 한 아크앤북의 배려가 보였다.

일본의 ‘츠타야(TSUTAYA) 서점’을 벤치마킹한 복합 문화 서점이기 때문인지 정형화-패턴화 된 전통적 서점과는 달리, “너의 우주가 조용히 자라나길”, “NEW PAGE, NEW WAVE”와 같이 큐레이션 된 섹션 들로, 각기 다른 컨셉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은 독립서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듯했다.

 

선뜻 앉기 어려운 분위기

아크앤북의 서점 공간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커다란 컨퍼런스 홀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거대한 무대의 존재를 통해 단순 서점뿐만 아니라 강연을 진행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메인 무대 공간에 책상과 의자가 마련되어있는데, 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곤 선뜻 다가가는 사람을 아직 보진 못했다. (용기가 가득한 사람만이 인증샷을 얻을 것이다...)

12층의 뷰와 커피 볶는 냄새

메인 공간에서 나오면 좌측에 ‘통인동 커피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넓은 통창을 통해 12층에서 바라보는 신촌의 전경을 함께하며 차가운 커피 한 모금에 머리가 띵해질 때면 일상에서 온전히 해방된 기분마저 든다. 딱딱한 의자, 무른 의자, 넓은 의자, 교회처럼 긴 의자. 작고 아담한 공간임에도 신체 사이즈도 앉는 자세도 각기 다른 모두를 위한 소소한 배려 같았다. 이곳의 음료를 가지고 서점 내부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도, 서점의 책을 가지고 카페에서 읽을 수 있는 유기적 독서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책과 경치와 커피라는 완벽한 삼위일체에, 시간만 나면 홀린 듯 12층으로 향하는 날 발견하곤 한다.



아크앤피플의 원데이 클래스

거대한 무대를 함께하는 복합 문화공간 아크앤북은, ‘구스아일랜드와 함께하는 비어’, ‘래; 코드와 진행하는 업사이클링’, ‘작가 북 토크’ 등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다양한 장르의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는 아크앤북의 큐레이션 독서모임 ‘아크앤피플’ 멤버십 회원들에게만 오픈된다고 하니, 책과 문화를 좋아하는 신촌이라면 즐거운 추억이 될 듯하다.     

SNS상에서 아크앤북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장본인인 ‘아치형의 책 터널’은 아쉽게도 신촌점이 아닌 본점에서만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책으로 이루어진 터널을 지나 서점으로 들어갈 때면 마치 동화 속 어딘가 끝자락에서 만날 것만 같은 ‘책 세계’에 진입하는듯한 환상을 준다.

책과 라이프스타일로 가득한 ‘동화 속 책 마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의 본점, 조그마한 유럽 시골 도시 어귀의 책방 같은 성수점, 육중한 원목 구조체와 따듯한 조명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방주 속에 들어온 기분을 느끼게 하는 신촌점 등. 아크앤북은 책이라는 주된 콘텐츠 외에도 다른 냄새와 온기로, 여러 매장을 방문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딜 가든 바쁘고 복작복작한 사람들 틈에서 온전히 책과 함께할 공간이 생긴다는 것. 이만큼 설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멀리 떠날 수 없다면 높은 곳으로 떠나보기를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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